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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압박에는 압박으로 신뢰에는 신뢰로

by 전선에서 2019. 3. 27.

북미회담 불씨, 다시 지펴지나?

<분석과 전망> 압박에는 압박으로 신뢰에는 신뢰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 악화일로를 걷던 북미갈등이 최근 들어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잘되면 반전의 변화일 수도 있다.

 

우리가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다>는 내용을 더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신축성 있는 립장을 취하였지만 미 국무장관 폼페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들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하였으며 결국 이번 수뇌회담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였다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가진 기자회견 전문에 나오는 내용이다. 특기할만하다.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러시아 타스 통신, AP 통신 등이 보도하지 않았던 내용인 것이다. 마이크 폼페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에 대한 공격을 담고 있는 것이지만 핵심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 표명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난 뒤 북미대결전은 첨예한 갈등 국면으로 거침없이 진입을 했다.

 

전선을 먼저 치고 나간 건 북이었다. 동창리 로켓 발사장에서 로켓 발사 준비를 진척시켜 완료해 최소한 인공위성 발사를 할 수 있다는 암시를 보낸 것이다. 미국에 대한 높은 수준의 압박이었다. 이에 대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이 줄줄이 나서서 대대적인 대북 공세여론전으로 맞섰다.

 

315일 북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전격 등판시킨다.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다. 최선희 카드라고도 할 수 있었다. 최 부상의 대미공세는 세고도 강했다. 먼저, 폼페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을 꼭 집어 쳤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결정적 원인으로 두 참모를 지목한 것이다. 북은 이어 미국의 계산법을 직접 겨냥하는 방식으로 공세의 수위를 더 높혔다. 미국이 새로운 북미관계수립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6·12 공동성명에서 합의된 사항들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적인 결과물들을 만들기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치적으로 될 수 있는 결과물들을 따내는 데에 치중했다고 한 것이다. 급기야 쐐기까지 박았다. 미국과 그 어떤 타협도 할 생각이 없다면서 우리 최고지도부가 곧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 것이다. 세계는 최 부상의 행보에서 최고의 반미전사다운 면모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수세에 내몰린 미국이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부(CIA) 코리아미션 센터장을 세웠지만 그다지 큰 효과는 없었다. 앤드루 김이 '북한이 하와이와 괌에 배치된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를 요구하는 등 진정한 비핵화의지가 없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북이 하와이와 괌의 전략자산 철수를 요구한 것에 대해 미국이 북의 전략자산인 ICBM 폐기에 이어 있지도 않은 생화학무기 폐기까지 요구한데 따른 북의 맞대응인 것으로 평가를 한 것이다. 미국은 급기야 21일 재무부 대북제재 카드를 들고 꺼내 들었다. 그렇지만 고리타분한 이전 방식으로 사실 궁색한 것이었다.

 

북은 이에 맞서 전선에서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전술 하나를 22일 구사한다. 개성연락사무소 철수였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박이자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었지만 본질적으로는 이후 미국에 대한 전략적 공세를 예고해주는 신호탄이었다. 정세구성력은 당연하게도 묵직하고도 컸다.

 

이렇듯 전선은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 위협카드와 최선희 카드 그리고 대미전략적 공세를 피는 것으로 그에 대해 미국은 여론전과 대북제재 카드를 구사하는 것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후 전술 고갈 상황에 직면한다.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2차 북미정상 이후 줄곧 지켰던 침묵을 깨고 나와 추가제재를 중지하도록 지시했다"는 트윗을 날린 것이다. 비록 재무부 관리 등 행정부의 반발로 이행되지는 않았지만 전선을 갈등에서 대화로 바꾸려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읽혔다. 북은 곧바로 화답하고 나섰다. 25일 대미전략공세로 설정했던 개성연락사무소 철수를 대미전술공세로 위상 변화를 시키고는 연락사무소 인원을 일부 복귀시킨 것이다.

북이 여기에 이어 연속공세로 들고 나온 것이 최 부상 기자회견 전문 공개였다. 최 부상 기자회견 전문 공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련한 전선에 대한 반전 계기를 받아들여 전선 반전을 완료시키기 위한 전술적 조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중지 의지를 표명한 것 그리고 개성 연락사무소 인원 복귀를 아우르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이후 북미협상 재개를 시사해준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들은 미국의 압박에는 굽히지 않고 압박으로 대하고 신뢰에는 신뢰로 대한다는 북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북이 북미협상 재개를 시사해주는 것과 더불어 주목할만한 것은 미국 내 바뀐 정치상황이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검이 24'증거 없음'으로 수사종결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 스캔들에 시달려 왔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가 러시아와 공모를 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은 탄핵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이었으며 당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행보를 가로막는 치명적인 족쇄였다. 특히 북미관계문제에서는 더 크게 작동을 했다. 미 의회가 하노이 회담 당시 코언 청문회를 연 것도 북미관계 발전을 저지하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북과 '조건부 비핵화 합의'를 못 맺게 하기 위한 정치기제로 활용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코언 청문회때문에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족쇄에서 벗어난 것은 탄핵 가능성을 사라지게 하고 재선 가능성을 높혀줄 뿐만 아니라 북미회담 재개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지금에 와서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더 필요했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최 부상의 기자회견문의 한 내용이다. 북이 양 정상의 친선과 신뢰를 강조하는 것과 결부시켜보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었던 실제 합의문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협상이 언제 재개될 수 있을 지는 알 수가 없다.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제14기 북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에서 그 계기가 열릴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그때까지 북이 위성 발사를 하지 않는다면 북미가 다시 마주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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