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되기
권말선
새로이 공장에 취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사 동기 몇이 그만둔 뒤
누군가 거긴 텃세가 심하다 하고
또 누군 여긴 텃세는 없다고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 하고
누군가는 돈 벌어먹기 힘들다 하고
누군가는 전쟁터라 하고
한 달 또 두 달
나 자신 철새가 되지 않기 위해
텃새의 무리로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마리 작은 새
처럼 느껴질 때
때로 버거울 때
어쩌면 나는
지나온 내 삶은
온실 속 화초였던가
되짚어 보기도 하지만
이것이 나의 전투라 여기며
온몸으로 짜낸
소금꽃이
좋은
노동에 지친 무표정 속에서
간간이 건져 올리는
웃음꽃이
좋은
나도 이제 노동자
꽃을 피울 줄 아는 사람
꿈을 일구는 사람
벽을 허물 사람
그런 멋진 사람, 당신처럼
나도 이제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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