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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새우와 나

by 전선에서 2022. 5. 28.

새우와 나

권말선


너는 새우
바짝 언 냉동 새우
나는 노동자
바짝 언 초짜 노동자

바다는 좁다고 점점 좁아진다고
어쩌면 너는 다른 세상을 꿈꿨을까?
세상은 넓다고 훨씬 넓다고
어쩌면 너는 잠시라도 들떴을까?
꼬리와 맨몸만 남기고 꿈도 앗기고
바짝 얼어버린 채 여기로 왔구나

산처럼 쌓인 새우
12마리씩 세어 담으며
너의 꿈 너의 바다 너의 동무들
그려보다가
12마리 또 12마리씩
큰 산 다 허물면
내 꿈은 조금씩 이뤄지겠지
그려보다가...

새우, 바짝 언 새우는
베트남 노동자에게서
한국의 노동자에게로
오는 동안 몇 번이나
탈출을 기도했을까?
눈물 흐를 새도 없이 바짝 얼어버린
네 눈물 달래줄 새도 없이 바삐
12마리 또 또 12마리씩
큰 산 허물며 조금씩
조금씩 안도하는 나는
나는 초짜 노동자

부지런한 꿀벌이 될래요. ^^(이미지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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