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가 싫다, 내 방식을 따르라
<분석과전망> 트럼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미국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주 놀라워한다. 상식 그리고 미국의 정치기본에서 자주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정제되어있지 않고 거칠기 일쑤다. 지난 해 북에 대한 ‘분노와 화염’ 발언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단 뱉어놓고 보는 격이다.
그의 결정들은 매우 돌출적이거나 무모한 경우가 많다. 대선과정에서 그는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를 안올리면 주한미군을 철수 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최근에는 한국과의 FTA 재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위협 발언도 했다. 경제 범주와 안보범주가 갖는 관계성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일부러 고려하지 않았을 때 할 수 있을 법한 말들이다.
그는 중요한 결정들을 알리는 수단으로 늘 트윗을 사용한다. 정형화된 백악관의 질서와 틀을 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해임 통보하는 데에서도 트윗을 사용했다.
그는 즉흥적이기도 하다. 3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특사인 정의용 안보실장으로부터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받아 수용했을 때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제외하고는 다른 고위관리들과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상식적이지 않게도 즉흥적이고 무모하며 미국의 정치기본을 깨는 방식의 정치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CEO 특질로 설명할 수가 있다. 성공한 CEO들은 흔히 자신의 구상과 계획 그리고 작전들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다. 이는 자신을 무조건 믿고 따르는 사람들만을 신뢰하는 특질을 갖게 한다. 자기중심적 특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의 사고방식이 너무 주류적이어서 그와 오래 충돌해왔다”
틸러슨 해고와 관련해 백악관 관리들이 했던 말이다. 그러나 노선갈등이 주가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해 틸러슨이 제기했던 ‘조건 없는 북미대화’ 같은 경우 트럼프의 ‘최대 압박과 관여정책’과 충돌하는 것 보다는 대통령과 공유가 없었던 것에 더 방점이 찍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자기중심성은 틸러슨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폼페오 CIA국장을 내정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폼페오 지명자는 지난해 5월 ‘북한과 관련한 해외정보 수집과 김정은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코리아 임무 센터’를 CIA 내에 창설했다. 이어 두 달 뒤인 7월에는 “북한 정권을 무기체계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을 미국이 찾기를 바란다”는 말을 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축출을 시사하기도 했다. 폼페오의 이 같은 대북강경 성향은 트럼프 대통령이 3월 8일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제의를 덥석 받아든 것과는 충돌한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폼페오를 중용한다. 트럼프에게는 노선보다는 자신에게 충실한 관료인가 그렇지 않은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트럼프의 자기중심적 특질을 문재인 대통령은 익히 간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북미관계에서는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NO’라고 한 적이 없다. 결정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자는 대로 다 했으며 끊임없이 우대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비롯한 북미관계에서 확인되는 성과들 다를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CEO 논리를 정치영역으로 끌고 들어와 일정한 정치방식으로 만들어 구사하는 것은 사실, 미 정치 주류의 속성과는 상반된다. 트럼프가 성공한 미 정치인들이 걸었던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밟지 않았다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성공한 미 정치인들과는 달리 트럼프는 비주류로서 권력의 정점까지 오른 것이다. 상식적이지 않게도 즉흥적이고 무모하며 미국의 정치기본을 깨는 방식의 정치행태를 보이는 것은 따라서 미 주류정치에서의 공식을 깨고 정치를 자기 식대로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주류의 정치질서와 체계를 깨고 자기 방식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치열하게 맞서는 비타협적인 방식으로 사회주의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면 어떤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미국의 이전 정권들이 쿠바나 이란과 풀었던 문제와는 범주도 차원도 다르다. 이미 지난 해까지 핵미사일을 둘러싸고 보여준 대결 양상처럼 있어 본 적 없는 강 대 강 대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서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 더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까지도 결단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94년 카터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보내는 것 으로부터 시작해 북미 제네바협정을 맺었을 때 클린턴 정부가 익히 그렸던 그림이다. 2000년 6월 1차 남북정상회담 뒤 10월에 클린턴 대통령이 군복차림으로 워싱턴으로 날아온 북 조명록 차수를 만나 북미공동코뮤니케를 합의할 때도 그랬었다. 북미관계 정상화의 핵심적 내용들이되 그것을 빼면 안되는 가장 일반적 내용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평화협정 체결 더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를 결단하면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하게 된다면 노벨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으로 칭찬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국민들은 11월 중간선거 승리 선물을 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어쩌면 내처 재선 욕심까지 낼 수도 있다. 나쁘지 않다.
미국은 70년 넘는 동안 지속되었던 북미대결전에서, 자기중심적인 정치로 즉흥적이고 무모하며 미국의 정치기본을 깨는 방식의 정치행태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마침내 항복의 길을 이쁘게 만들어 흥겹게 내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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