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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동지, 적

by 전선에서 2020. 6. 18.


동지, 적

권말선


북의 인민들은 우리를 언제가는 함께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살아갈 피붙이요 동포라 배운다고 들었다.
참 뭉클한 동포애, 애틋한 정서에 고개가 숙여졌다.
북에 대해 평소 객관적 입장을 갖던 인사라도 관직에 오르려 청문회만 가면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라고 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사상검증,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남북이 함께 손잡고 간판 걸었던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이 무너지고 뿌연 연기가 솟아오르고 옆 건물의 창문도 내려앉았다.
폭파!
그것은 가슴을 치는 통곡,
몸부림치며 흘리는 뜨거운 눈물이었다
누군가는 흩어지는 연기를 안아줘야 했다
부서지는 창문을 보듬어줘야 했다
휘어지는 철근을 달래줘야 했다
발목을 잡아채는 가시덩쿨 뿌리치고
큰 걸음으로 달려갔어야 했다
그렇게 무너지기 전에
피붙이고 동포인 바로 우리가...

헤어져 살아도 언젠가 만날 동포라며
그렇게나 지극했던 사랑이
속울음 삼키며 인내해주던 사랑이
너무 아픈 나머지 이제 ‘적’이라고 한다
적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리를 보며 분노한다
얼마나 슬펐으랴, 맑은 눈동자에 비낀 분노여
지금은 무책임하고 무례했던 우리가 아파야 할 시간이다

그들에게 제대로 ‘동지’가 되어주지 못했던 우리는 이제 ‘적’으로 밀쳐졌고
‘동지’가 될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봐야 할까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것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지만
무너지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울음이요 아픔인 것을 언제쯤 이해하게 될까

호통
호소
울음
우리 들을 귀는 언제쯤 그들을 향해 열릴까
언제쯤 피붙이, 동포 앞에 겸손해질 수 있을까

“북남관계의 기초이며 출발점인 상호존중과 신뢰를 남측이 작심하고 건드렸다는데 근본문제가 있다.
우리가 신성시하는것가운데서도 제일 중심핵인 최고존엄, 우리 위원장동지를 감히 모독하였으며 동시에 우리 전체 인민을 우롱하는 천하의 망동짓을 꺼리낌없이 자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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