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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가끔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그대에게(첫번째 시집)

아이야, 들쭉 따러 가자

by 전선에서 2014. 3. 18.

 

 

아이야, 들쭉 따러 가자


                           권말선


눈이 초롱한 귀여운 딸아, 아들아
나랑 들쭉 따러
백두산 기슭에 가자
  
바람 싱긋한 8월, 산은
야생 열매들의 짙푸른 천국,
들쭉나무 온 산에 융단 같겠지
알롱달롱 달린 조그만 열매들
따다 냠냠 먹노라면
들쭉 단물에 젖어
시간이 거꾸로 흘러도 모르겠지
산토끼, 어린 곰, 겅충뛰는 사슴도 모여들고
태양이 눈부신 동산에서
얼룩덜룩한 얼굴도 아랑곳없이
온종일 와르륵 기쁨에 들뜨겠지
  
해거름 산을 내려갈 땐
아이야, 그 길을 기억해 두었다가
태양이 찬란한 어느 여름에
꼭 다시 오거라
너희 어린 아들, 딸들 데리고
  
더불어 들쭉전설도 들려 주렴
깊은 산 속에서 길 잃은 장수가 열흘넘게 굶다가
탐스런 적자색 열매를 실컷먹고
기운을 차렸다는 들의 죽,
그렇게 고구려 장수의 기운도
항일혁명가의 기운도 다시 차리게 해 주었던 들쭉이라고

아이야, 올 여름엔
들쭉따러 우리
백두산에 가자

너희들과 너희 아이들에게 이어 줄
가슴 뜨근한 전설을
따러 가보자



________


*들쭉의 설화 : 들쭉이란 말은 고구려시대 한 장수가 사냥을 나왔다가 길을 잃고 깊은 산속에서 10여일을 헤매다 배고픔을 지쳐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이 장수는 탐스런 적자색 열매를 발견하고 배불리 먹고 정신없이 잠을 잤다고 한다. 며칠동안 지난 후 일어나보니 몸의 원기가 돌고 기운이 날아갈 듯 생겨, 정신을 차려 그 열매를 다시 따 먹고 길을 찾아 귀환하였다고 한다. 이 장수는 그때부터 이 열매를 들에서 나는 ‘죽’이라 하여 「들쭉」이라 불렀다는 설화가 북한지방에 남아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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