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
[시] 철 없는 마눌
전선에서
2017. 8. 6. 11:45
철 없는 마눌
권말선
일요일만 돈벌이 하는 남편
비 오면 空치는
벼룩시장 난전에서
비 젖은 空日
피는 바짝바짝 말라라
그늘막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들락날락하는 비에 화풀이하며
탁배기 한 사발 따라놓고
담뱃불 막 붙이려는 찰나
어슬렁 지나는 저 손님
앗, 마수걸이 해 볼까 엉덩이 들썩이는데
비 오니 고만 집에 오라고
여그 비 철철 오는데
거그 비 안 오는가며 수시로
전화에 문자에 카톡으로 잔소리질
비와서 장사 못하면
담배며 술값은 뭐...
마누라 살살 꼬드긴대도
물건 값이며 차비는 어쩌나 싶은데
철없는 저 마눌
그런 사정 안중에도 없이
고만 접고 막걸리에 파전이나 먹자며
문자는 왜 또 씹냐며 성질만 바락바락
에라, 비 핑계대며 집에 갈까
내가 장가는 잘 갔어
돈 안 벌어도 좋으니 집에 오라네
탁배기 한 사발에 취했부렀는가
허허, 허허 웃는게지... 웃어야지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