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시] 염증치료
전선에서
2016. 1. 16. 15:28
염증치료
권말선
입안이 헐어 염증이 생겼다
밥 먹을 때 붕어처럼 겨우 뻐끔거리고
평소 같으면 적당히 매워서 좋을 음식
염증에 닿아 눈물 핑 돌게 화끈거린다
소금물로 헹굴 때도 상처에 닿아
우리하고 얼얼하고 따꼼하다
고 작은 염증에 온 신경이 긴장한다
한 며칠 입에 난 염증도 이렇게 아픈데
칠십년 간 박혀있는 뾰족한 철조망을
반도야, 너는 어찌 견디고 있느냐
땅도 흙도 쉬고 섞여야 건강한데
그 어느 것도 누리지 못한 채
긴긴 날 그렇게 찔려만 있으니
반도야, 너는 어찌 숨 쉬고 있느냐
미군이 내뿜는 고엽제, 탄저균, 포름알데히드
한미전쟁연습에 파이고 깎여가며
더러운 4대강 녹조도 한 몫 거들어
반도의 남쪽 염증에 신음하는데 이젠
성노예 일삼던 치떨리는 일제놈들
재침을 꿈꾸며 자위대까지 기어든다니
가엾어라, 식민의 화병으로 몸저 누웠구나
호미도 낫도 빡빡 갈아 날 번뜩 세우자
독초 같은 미군도 철조망도 뽑아내고
음지에 기생하는 돌연변이 잡초도
슬금슬금 기어드는 왜군도 다 쳐내자
가시에 찔리고 땀범벅이 되더라도
염증을 치료하고 새 생명이 돋도록
새 세상, 새 빛, 새 날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