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우리는 여성농민
전선에서
2015. 6. 18. 13:32
우리는 여성농민
-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26주년을 축하하며
권말선
사람들은 우리더러
농사꾼의 아낙
시골 아줌마라 부르지만
우리 이름은 ‘여성농민’
스물 갓 넘어 시집 와
이십 년 넘게 농사지으며
땅 한 뼘 씨앗 한 톨에
애지중지 사랑을 쏟아 부었지
바람과 햇볕이 함께 돌봐주고
땀과 눈물로 키워 온 농사
FTA에 빼앗기고 TPP에 휘청대도
우리는 싸우고 싸우며 지켜냈어
보아라, 이 땅이 어떤 땅인가
우리 할머니 어머니 까매진 얼굴로
일제 지주놈들에게, 자본가들에게
피눈물로 지켜 낸 땅이거든
우리 자식들 크면 물려주고
젊은 사람들 모아 노나주고
아가들 웃음소리 뛰노는 소리
동네마다 골골마다 채워진다면
우리가 참 주인 되는 날, 머잖은
그 날을 볼 수 있을 거야
땅이 하늘이고 우리가 하늘인
그 날을 볼 수 있을 거야
자그만 씨앗을 돌보고
자그만 텃밭을 가꾸고
자그만 아가들을 키워내지만
우리에겐 누구보다 큰 꿈 있지
저 백두대간 따라 만주벌판까지
모 심고 감자 캐고 사과도 따며
내년엔 기어이 남농사 북농사
얼씨구나, 대풍을 안아볼 꿈
꽹과리 북소리 장구소리
신나는 통일농사 꿈꾸는
우리는 이 땅의 자랑스런
‘여성농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