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육지에도 바닷바람 분다
자주통일연구소
2014. 6. 10. 23:59
육지에도 바닷바람 분다
권말선
그 날 이후,
육지에서도
바닷바람이 불었다
진도 팽목항에서
잉잉 부대끼던 바람은
울며 울며
육지로 올라왔다
한 명 한 명 사연이
바다에서 건져질 때마다
바람은 또
통곡하며 몸부림쳤다
통곡하며 등을 때렸다
통곡하며 가슴을 쳤다
가슴에 노란 희망을 달고
남은 이들이여, 살아서
아니 주검으로라도
돌아오라, 꼭 돌아오시라
소원했다
초를 들고 허공에
그 이름을 불렀다
바람을 불렀다
울먹이며 흩어진 이름들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날 이후
육지에서도 바닷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잉잉 소리 내어 울었다
울며 등을 밀었다
몸서리치며 우는
바람을 달래려
어떤 이는 거리로
어떤 이는 바다로 달려갔지만
아직 그 바람
달랠 길 없다
아, 달랠 길이 없다
그저 잉잉 같이 울 뿐이다
바다에서 울다 지쳐 육지로 달려온
그대를 안고
그대를 업고
그대가 되어
우리도
그저 같이 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