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전선에서
2014. 4. 29. 13:38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권말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돌아가자
우리 아이들
줄 서서 세월호 기다리던 그 때로
오늘은 배 타기가 취소되었으니
게임이든 영화든 축구든
백화점 구경 가고 맛난 거 먹고
하루 종일 밀린 수다도 떨며
그냥 마음껏 놀라 하자
저 배에는 누가 타냐고
궁금증 많은 녀석이 묻거든
이렇게 말해주자
어른들,
돈만 밝히는
무능하고 썩어빠진 어른들
이라고.
배가 침몰할 때
가라앉는 배를 보며
착하디 착한 녀석 하나가
저 배에 사람 있지 않냐고
놀라 물으면
'인과응보'라고만
말해주자
아, 설령 아이들이 배에 탔다하더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지금 눈물 흘리며 한탄하는
우리 모두 그 바다로 몰려가
주몽의 자라가 되고
견우직녀의 오작교 되어
배 안에 갇혀 두려움에 떨던 아이들
배가 기울어도
구명조끼 서로 챙겨주고도
어른들만 철썩 같이 믿고
차마 바다로 뛰어들지 못했던
순한 우리 아이들
다 안아오자
다 건져오자
아, 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게 그럴 힘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