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깨 터는 날
전선에서
2014. 3. 20. 23:04
깨 터는 날
권말선
마을에서 제일 부지런한
이웃집 아저씨네
오늘은 깨 터는 날
착, 착 도리깨질에
퐁, 퐁 튕기는 깨알들
찬바람에 창문 닫아도
깨 꼬신내
진동을 하며 몰려 든다
킁, 킁킁!
도리깨질 열심히 털어낸
저 깨 다 팔면
막걸리 한 사발에
식구들 선물에
다음 농사 준비에
아저씨네 겨울
따뜻하겠지
가을은 짧고
찬바람 밀려와도
깨 꼬신내 온 동네 퍼지고
아저씨 두근대는 기쁨도
들판 가득 넘쳐나라
2013-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