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통일연구소 2014. 3. 19. 21:21

 

 

 

빵을 두고 갔어요


                    권말선


시간이 느리게 걷는
우리 둘 만의
나른한 아침

그대가 좋아하는
파리바게뜨 모닝토스트
살살 뜯어
내가 좋아하는
맥심 커피믹스에
적셔 먹지요

파리바게뜨 모닝토스트
삼분의 일 조각은
가져가서 간식으로 먹겠노라며
빵 봉지 뱅뱅 돌려 묶어 두더니
깜빡 잊고 그냥 가셨어요

빵을 두고 갔노라며
다시 오시라 하기 뭣하지만
빵을 두고 갔노라고
핑계 삼아 전화할 수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지요

“빵을 두고 갔어요!”
“다시 오라는 말처럼 들려요”
“그런 건 아니지만...”
“되돌아가고 싶어져요”
“조심해서 가세요”
“다시 볼 때까지 안녕...!”

파리바게뜨 모닝토스트
살살 뜯어
혀끝에 녹이면
사르르 감기는
그대 따뜻한 입술,
남은 커피 한 모금
보다 진한
그대 향기,

그대 향기를
두고 갔어요.

 

 

201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