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
[시] 칡넝굴
자주통일연구소
2025. 8. 24. 22:26
칡넝굴
권말선
맹렬하구나
쭉쭉 타고 오르는
마구 뻗어나가는
저 기세
채찍처럼 꽂히는
땡볕 아랑곳없이
길도 산도
다 덮어버리려는
악바리 습성
뒤튼다
붙든다
감는다
당긴다
오른다 또
뒤튼다
더위 주춤해지고
해 짧아져
시나브로 누군가
바스락, 울음 터치기 전
산을 타 넘자면
길을 다 건너자면
한 걸음이라도 더
더 내달려야지
해마다 저 너머서 울리는
목소리 당신 목소리
부르기 전 이미 듣고야 만
목소리 귀 익은 그 목소리
그러니 올해는 기필코!
허나 시간이 없다 얼마 없다
고 마른 눈물 삼키며
달린다 앞만 보고
앞서 내달리던 순
햇살에 또 찔렸는가
꽃잎에
뚜-욱,
붉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