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

[시] 염(殮), 연(緣)

전선에서 2023. 9. 9. 16:03

염(殮), 연(緣)

권말선

세상에 올 땐
탯줄 끊어주며
어서 오라 하고
세상 떠날 땐
마디마디 꽁꽁 묶으며
돌아보지 말라 하고

묶였다 또
끊어지고
엮으면 또
풀어지고
모였다 또
흩어지는
우리네


멀고 먼 길
다시 오지 못할 길
가시더라도
잊지 말라고
풀리지 말라고
연의 끈 동여매 주는


아가 같은 울음
마지막 부름
못 들은 척 남기고
입술 꼭 깨물며
차마 뒤돌지 않으며
끝내는
마디마디 훌훌 다 풀고
한 줌 재로
가신


저 멀리서 기다리실
언제고 다시 뵈올
님, 고운
우리 님

어머니는 90세를 일기로 9월 4일 밤 생을 마감하셨다. 어머니 따뜻한 체온이 아직 느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