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통일연구소 2014. 3. 19. 20:07

짧은 몽상

  
        권말선



넓은 창을 보면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고 싶어

어두운 밤
달빛만 희끔하고
띄엄띄엄 늘어선 나무도
굳은 듯 멈춰있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풍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으면

비오는 날
창으로 주룩주룩 빗물 흐르는
그 모습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어
첫사랑과 찻집에 마주 앉던 날
창가를 두드리던 비
눈물같은 비가 끝없이 흘러줬으면

어제처럼 또
저녁이 어스름 내리는데
벽을 가득 채운 유리창
밖으로 마음이 달아나
눈길을 거두어도 자꾸만
창 밖 어딘가를 서성이게 돼
아직도 마음은 서성이나봐

넓은 창을 보면
그 곁에 정물처럼 앉아
하염없이 창 밖
바라보고만 싶어

 

 

201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