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
[시] 꽃과 고기
전선에서
2021. 7. 4. 13:16
꽃과 고기
권말선
⁃ 야, 너 간다고 뭘 잔뜩 챙겨줬구나!
⁃ 보자, 뭔가? 꽃이랑 고기야?
어이구, 나물도 잔뜩이네!
⁃ 뭐야, 환송회 선물이 꽃과 고기야?
⁃ 환송은 무슨, 또 봐야지.
⁃ 그럼, 또 봐야지!
그럼요, 또 봐야죠
남겨둔 이야기가 한참인데요
청하 몇 잔 드셨다구
오늘은 아드님 자랑도 다 해주시고
네, 덕분에 저도 맥주 몇 잔 마시고
딸아들 자랑 슬쩍 했네요
사람 이야기, 일 이야기
맥심커피와 결명자차 얘기랑
시골 할머니들의
담배와 만병통치약 얘기며
보성 밀밭이랑 해수찜질 얘기도
갈볕에 남새 말리듯 펼쳐뒀으니
꼬들꼬들 마르기 전 얼른
다음 수다 풀어널고
그 끝에서 폭죽처럼 터질
우리 언니들 웃음
또 봐야죠
꽃과 나물과 고기가
맛있는 저녁과 커피가
어디 환송선물인가요
다독여주시는
언니들 정이지요
모를리가요
새벽부터 나물 뜯어 챙겨놓고
그것도 모자라
고기도 큰덩어리로 끊어설랑
봉다리 축 처지도록 챙겨주신 마음
모를리가요, 그럴리가요
농민언니들 따순 정 덕분에
내내 든든했으니까요
모를리가요
잊을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