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

[시] 민중의 봄

전선에서 2020. 3. 31. 14:43



민중의 봄

 

권말선


 

 

이 봄이 한없이 기쁜 이유는
숨죽였던 잔가지에 물길 열려

연두빛 새순 돋아나기 때문

꽃등 일제히 불 밝혔기 때문

주체할 수 없는 이 기쁨

참새인 양 포로롱 춤을 출까나

 

쌀농사 지으면서도 배곯던 농민

기계를 돌려 제 몸 깎아야했던 노동자

떡볶이 팔러 길거리 전전하던 빈민

366일 밤낮으로 불안했던 비정규직

희망으로 달뜨지 못했던 수척한 청년

평등 앞에 늘 작았던 여성도 장애인도

 

얼레지 복수초 할미꽃

꽃다지 제비꽃 민들레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복숭아꽃처럼

 

발길 머무는 곳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주인’이라는 이름의 꽃으로

가슴의 열망 꼭 부여잡고

설레게, 아리게

천지사방 등불로 일어났으니

 

민중의 힘 꽝 꽝 모아내어

억압의 겨울 훌훌 거둬내어

찬연한 봄빛 지천으로 물들일까나

 

아아, 이 땅은 이제부터 영원토록 

향기 없는 사쿠라는 툭 툭 지고

민중의 꽃만 만발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