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 북미DMZ 회동의 의미와 전망
북미적대관계 종식에서 통일을 위한 평화협정으로
<분석과 전망> 6.30 북미DMZ 회동의 의미와 전망
친분관계의 신비한 힘
한편의 세기적 드라마.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 회동 이어 북미회담이 열리고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분단선을 넘어 북 땅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를 한 것에 대해 세계가 일제히 평하고 있는 말이다. 세계는 모든 이목을 한반도에 집중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바라보며 그렇게 외쳤다.
각본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틀리지는 않다. 각본 없는 드라마였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를 뒤 흔든 그 드라마는 사실, 각본이 이미 준비된 것이었다. 그 각본을 이미 잉태하고 있었던 게 있다. 북미 정상 간의 ‘친분관계’가 그것이다.
트위터를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그야말로 즉흥적인 것이었다. 그것으로만 본다면 회동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정상 간의 만남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준비해야될 것은 차고도 넘친다. 시간도 보통 많이 걸리는 게 아니다. 형식만 보더라도 격식이 있고 의전이 있고 특히 경호가 있어야하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내용이 마련되어야한다.
사람들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정치’에 주목했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트윗정치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특성에서 그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의 정치지형에 기초해 트럼프 트윗 정치의 실체에 접근한다.
미국에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으로 불리우며 2020년 미국 대선 민주당 유력 주자로 꼽히는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북미DMZ 회동에 대해 "사진 촬영용이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평가절하를 한 것이다. 보수적인 정치인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가 안보와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독재자를 애지중지(coddling)하고 있다"고 맹비난했으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미국의 영향력을 사진 촬영과 무자비한 독재자와의 러브레터(love letter) 교환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안보를 중시하고 우리의 동맹국을 보호하며 인권을 수호하는 원칙적인 외교를 통해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고 했다. 북미정상 DMZ 회동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일부 언론들에서도 많이 확인된다. CNN은 조롱을 했고 AP통신은 "리얼리티 쇼의 시선 집중인가?"라며 희화화를 했으며 NYT는 ‘과장된 사진 촬영 행사’였다고 혹평을 날렸다.
우리 겨레의 정서와는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나는 입장들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다, 미 주류세력들이다. 세계에 전쟁이나 긴장을 일으키지 않고선 살 수 없는 미 군산복합체 그리고 그에 깊숙이 결탁해 있는 세력들인 것이다. 이른바, 딥스테이트(Deep State).
딥스테이트는 샌더스 의원 같은 진보와 바이든 같은 보수를 전혀 가리지 않는다. 민주당과 공화당 또한 구분하지 않는다. 오직 미 제국주의적 이익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결집하고 조직을 관리 지휘하며 자신의 정치경제안보적 이익을 실현하는 집단이 딥스테이트다. 볼튼 백악관 보좌관을 비롯해 폼페오 국무장관 등을 장악해 지휘하고 있는 뒷 세력도 그들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6.12북미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지금까지 진전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 근본 이유는 오직 딥스테이트의 방해와 공작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구두로 약속한 ‘종전선언’을 이행하지 못하는 것도 그리고 하노이 회담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도 딥스테이트 때문이었다. 이는 단순히 주장이 아니다. 미국의 정치지형을 잘 알고 있는 모든 전문가들이 일치하게 내놓고 있는 견해와 입장이다.
트럼프의 트윗 정치는 미국의 이러한 정치지형을 반영하고 있는 정치방식이다. 트윗 정치는 정교할 수가 없다. 대신에 다양한 정치적 반대세력들의 압력과 간섭을 거치지 않고 대중에게 직접 가 닿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결국, 트럼프의 트윗 정치는 ‘마이너리티’인 트럼프가 미국의 주류세력인 딥스테이트에 포박당하지 않기 위해 구사하고 있는 트럼프의 정치방식인 것이다.
북미DMZ 회동 성사에 가장 결정적 요인은 당연하게도 양정상의 친서외교술이었다. 양정상의 친서외교술이 없었다면 즉흥적인 북미DMZ 회동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의 대북 친서외교는 미국 내 정치지형상 트윗 정치의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다. 이를 대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외교는 이보다 한 급 높은 곳에 자리해 있다. 딥스테이트에 포박당하지 않기 위한 트럼프의 트윗정치를 다 받아들여 껴안은 광폭 정치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트윗 제안을 김정은 위원장이 하룻만에 거칠 것 없이 받아들인 결정적인 요인이 이것이다.
이것들은 양정상의 ‘친분관계’가 본질에 있어서 미국 내 주류세력으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가로막는 미 제국주의자들을 상대로 구사하는 ‘신비’하고 독특한 정치방식의 토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통일을 위한 평화협정으로
DMZ 북미회동은 양정상의 친분관계가 친선외교에서 더 나아가 트럼프의 방북과 53분 간이라는 최장시간의 정상회담으로까지 발전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지난 6.12북미공동성명에 중요하게 적시된 ‘북미 신뢰관계 구축’을 상당부분 이뤄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북미대화는 7월 중순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에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것에서 출발해 속도감 있게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DMZ 북미회동 이후 미국에서 핵 동결(nuclear freeze)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핵 협상 시나리오가 나오는 등 핵동결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흐름이다. 북이 신흥핵강국 반열에 오르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핵강국이 된 조건에서 북핵문제 해법은 핵동결 이외엔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비핵화는,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이자 북핵전문가인 미국의 지그프리트 해커박사가 20년이 걸리는 일이라고 말한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장기적인 과제이자 범주 역시 세계비핵화와 관련돼 있는 문제다.
DMZ 북미회동에서 압권은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북이었다. 미 대통령으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분단선을 넘어 월북을 한 것이다. 역사에 기록될 세기적 발걸음이다. 노벨평화상 가치를 뛰어넘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호재 이상이며 평화의 발걸음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미국이 만든 분단을 넘어 우리 겨레의 통일을 예고해주고 있는 세기적 풍경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최초로 분단선을 넘어 방북을 해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를 했다는 것은 북미 간 적대 종식을 선언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북미가 전쟁을 끝냈음을 선언한 것이 된다.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북미가 사실상 북미종전선언을 한 것이다.
종전선언은 원래, 특별한 문서가 있는 게 아니다. 입으로 발표하는 게 다이다. 그런데 북미는 DMZ 그것도 북 땅에서 북미종전선언을 입이 아니라 발과 악수로 해낸 것이다. 무게가 오히려 더 크다. 지난 해 남북은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9.19남북군사합를 내와 사실상 남북 종전선언을 했었다. 종전선언은 이제, 사실상 완결된 셈이다. 종전선언은 냉철히 들어가면 물론, 의미가 그리 크지 않은 정치기제다. 종이쪼가리 조차도 필요치 않는 정치선언에 불과한 게 종전선언이다. 그리고 특히 종전선언은 언제라도 미국이 내곤 한 아이디어였다. 부시 대통령이 2006년 6자회담이 깨지고 북이 1차 핵시험을 하자 내놨던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이 핵무력 완성을 하자 6.12북미공동정상회담 때 구두로 약속했던 것이었다. 종전선언은 형식적으로만 봐도 평화협정 체결을 멀리 밀어두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그닥 중요치 않는 과정 하나를 더 보태는 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서 그 시간을 늦추게 하거나 그 노정을 더 복잡하게 하는 것이 종전선언의 본질인 것이다.
지금 종전선언이 의미가 있으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월경을 해 북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북이 더 이상 적이 아니라는 정치적 의미가 있는 만큼 미국이 8월에 계획하고 있는 ‘19-2 동맹’군사연습을 없애는 용기를 발휘해야한다.
정세 흐름에 따르면 자주통일진영에 나서는 정치적 과제는 더욱 더 또렷해지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이다. 구호 역시 또렷해지고 있다. 일반적 차원의 평화협정 체결로는 부족하다. 한반도 정세가 질서정연하게 급변하고 있고 이와 연동돼 동북아의 정치지형이 재구성되고 있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반영해야한다. 평화를 위한 평화협정을 넘어서서 통일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 즉, 주한미군 없는 평화협정 체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