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북은 북미협상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전선에서 2019. 3. 22. 13:31

북은 북미협상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분석과전망> ‘전략적 인내전략적 결단이냐?


 





미국의 도발-WMD 폐기 의제화 시도

 

2차 북미정상회담은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시작되어 8개월 간 진행되었던 북미협상을 제대로 총화하지 못했다.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간 북미협상을 결속할 지점으로 삼을 대신에 북미협상의 연장선으로 설정한 탓이었다.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폐기 문제를 들고 나왔다.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언급했던 빅딜문서에 들어있었을 것이다. 미국이 제기했던 '영변+α'에서 +α'WMD 폐기였던 셈이다. 느닷없고 도발적인 일이었다.

 

WMD 폐기 문제는 성격상 북미대결전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다.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영역, 한반도 비핵화 영역과 상관없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세계 군축문제의 범주다. 북미협상은 군축회담이 아닌 만큼 WMD 폐기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 북이 하노이정상회담 때 놀랐던 것이 그 때문이었다. 북이 더 놀라워했던 것은 북에 있지도 않은 생화학무기 폐기까지 제기해서였다. 미국의 강도 같은태세가 읽히는 대목이다.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을 하려고 했던 것도 WMD 폐기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다. 이것들은 하노이 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정적 원인이 WMD 폐기 문제였음을 확정해준다. 결국,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협상의 새로운 의제로 WMD 폐기 문제를 도발적으로 들이밀었던 것이다. 제국주의답다.

 

미국이 제기하는 탄도미사일 폐기에서 핵심은 ICBM 폐기다. ICBM 폐기는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다. 미 국민들이 체감하는 안보위협을 해소해주는 것으로 북 ICBM 폐기만큼이나 실감나게 중요하고 구체적인 것은 없다. 미 국민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북핵 일반이 아니라 핵을 탑재해 워싱턴을 향할 수 있는 ICBM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북미관계가 수립되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ICBM 폐기가 트럼프 정부에게 정치적 차원에서 갖는 의미는 더 각별하다. ICBM 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보장해주는 가장 실효적인 외교안보적 성과 중에 하나인 것이다. 폼페오 장관이 북으로부터 강도 같다는 욕을 들으면서까지 ICBM 폐기에 집착하고 있는 이유다. 생화학무기 폐기 제기에는 북미협상을 결렬시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파탄내겠다는 미 군산복합체(Deep State)의 의도가 깔려있다. 노골적이다.

이것들은 빅딜문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짐작케해준다. 폼페오 장관은 트럼프 재선을 위해 탄도미사일 폐기를 집어넣었을 것이고 볼턴 보좌관은 딥스테이트의 코언청문회를 계기로 딥스테이트의 의도대로 북미협상을 파탄시키고자 생화학무기 폐기를 들이밀었을 것이다. 북 최선희 외무상 부상이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스스로의 정치적 이해를 추구하느라 바빴지 결과를 내기 위한 진실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말을 하게 되었던 배경이 이것이다.

 

새로운 길-핵강국의 핵전력 강화

 

김정은 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미국이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라고 했었다. ‘새로운 길이 크게 주목을 끌었다.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기간 북미협상에서 전혀 논의된 적이 없었던 WMD 폐기 문제를 부당하고 도발적으로 의제화하려했던 것은 북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케 하는 동인이 될 수도 있다.

 

세계 그리고 특히 세계 3대 핵강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이 사실상 인정하고 있듯 북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다. 신흥핵강국으로 불리우고도 있으며 일부 핵전문가들은 북을 4대핵강국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한다. 일리 있는 견해와 입장이다. 북이 핵무력을 완성한 것 즉, ‘핵무기 병기화까지 실현해있는 터라 더욱 그렇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842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73차 전원회의에서 병진노선 관철 투쟁과정에서 핵무기병기화를 실현했다고 선포했었다. 북의 핵무기병기화는 핵시험,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초대형핵무기와 운반수단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실현되었다.

핵강국은 핵시험을 하지 않으면서도 핵전력 강화를 할 수가 있다. 핵강국이 보유하게 되는 능력 중에 하나다. 핵강국의 핵전력 강화는 세계적 핵군축이 진행되지 않는 조건에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핵강국이 일반적으로 벌일 수 있는 일상활동이 핵전력 강화인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핵보유국들에서 직접 확인할 수가 있다. 북 역시 핵강국의 일상활동인 핵전력 강화를 얼마든지 할 수가 있다. 북이 말한 새로운 길이 이 핵전력 강화이다.

 

북의 핵전력 강화는 북이 천명한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핵무기를 시험 생산 사용 전파하지 않을 것이라는 ‘4불 원칙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북의 핵전력 강화 활동의 가장 낮은 형태로 인공위성 발사를 들 수가 있다. 인공위성 발사는 우주에 대한 평화적 이용인 만큼 일반적으로 경제활동 영역이기도 하다. 북의 새로운 길에 대한 모색은 인공위성 발사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후 북미협상 전망-전략적 인내인가? 전략적 결단인가?

 

북은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을 어떻게 뚫어 낼 것인가. 흔히 두 가지가 전망되고 있다. 미국 내의 정치정세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이른바 북판 전략적 인내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그 하나이다. 북이 양 지도자들의 친선과 신뢰를 강조하는 데에서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북미협상 돌파구를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또 하나다.

 

북이 취할 공세적인 태세로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제기한 WMD 폐기 의제를 북이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 경우 북은 생화학무기 폐기 문제는 단호하게 일축하되 탄도미사일 폐기 중에서 ICBM 폐기 문제는 수용할 수가 있다. 핵강국 북이 ICBM를 폐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 또한 아니다. 핵보유국들이 성립시켜놓고 있는 공포의 균형에서 핵심 역할은 ICBM이 아니라 SLBM이 수행한다. 영국이 핵군축 과정에서 ICBM을 폐기하면서 SLBM은 보유하게 되었던 이유다. ICBM 폐기는 핵강국 북이 내릴 수 있는 전략적 결단의 영역이다.

북이 ICBM 폐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그에 조응하는 두 가지의 같은 전략적 결단을 취해야만 한다. 대북제재를 전면적으로 해제하는 일이 그 하나다. 대북제재 전면 해제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에 유엔의 결의 사항인 인공위성 발사 금지 해제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취해야할 또 하나의 결단은 세계적 군축 의지를 적극 표명하는 것이다. 북은 20184.20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시험 중지가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것이라고 그 의미를 규정했었다. 핵시험 중지가 핵군축 영역이라면 ICBM 폐기는 일반적인 군축 영역이 된다. 이는 북의 전략적 결단들이 핵을 포함하는 세계적 군축을 추동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북이 전략국가로서 구사하는 반제평화전략의 위력이다.

 

북이 인공위성 발사와 ICBM 폐기로 미국에 대북제재 전면 해제와 세계적 군축을 추동하게 되면 미국 내에서 거친 반발들이 나올 것은 필연이다. 그 반발은 군산복합체(Deep State)세력들에게서 특히 심할 것이다. 그들은 제국주의 반북대결세력답게 생화학무기 폐기를 고집하는 가운데 더 나아가 SLBM 폐기 등 또 다른 +α'를 요구하는 등 갖은 생억지를 다 부릴 것이다. 이에 대한 북의 대응은 다양한 전술 구사다. 예컨대, ICBM 폐기 의지를 선제적으로 내놓고 대북제재 전면해제를 강박하는 일반적인 전술을 취할 수가 있다. 아니면 긴장을 동반하는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다. 새로운 길을 적극 모색하는 가운데 인공위성 발사를 먼저 해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를 압박하고 ICBM 폐기 수순으로 이행하는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북이 전략적 결단으로 ICBM 폐기를 한다면 미국 역시도 대북제재 해제와 세계적 군축이라는 결단을 내려야하는 것이다. 북의 전략적 결단은 북이 전략국가로서 구사하고 있는 반제평화전략 상 중국과 러시아 쿠바 등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사회주의 연대 강화에 기초하게 될 것이다. 그 경우, 북은 인공위성 발사를 하는 가운데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영변 핵기지 폐쇄 그리고 ICBM 폐기 조치를 취하고 이에 상응해 미국은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선언을 하게 되어 북미가 북미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경로가 만들어질 것이다.

 

북이 양 정상의 친선과 신뢰에 기초하는 전략적 인내와 인공위성 발사 및 ICBM 폐기를 내용으로 하는 전략적 결단중에서 어느 것을 취할 것인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가 없다. 추정만 가능하다. 이것들은 많은 것들을 북이 주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세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미국 내 반북대결주의자들과 반트럼프 세력들이 갖은 방해를 다하겠지만 그것은 일시적 곡절과 난관일 뿐 신흥핵강국이자 전략국가인 북이 세계 최고 핵강국이자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은 애초의 구상대로 척척 진행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