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수세에 내몰린 미국과 승리를 만들어갈 북

전선에서 2019. 3. 15. 16:15

비건의 일괄타결식 빅딜

<분석과 전망> 수세에 내몰린 미국과 승리를 만들어갈 북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1일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정책 컨퍼런스에서 대북 협상전략 관련 중요한 발언을 한다. 모든 것을 일괄적으로 해결(total solution)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북이 핵무기 말고도 생화학무기를 비롯해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일괄타결이 돋보인다. 비건 대표 자신이 지난 131일 스탠퍼드대학 강연에서 언급했던 동시적·단계적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단계적 타결 원칙을 버리고 일괄타결로 돌아서겠다는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비건 대표가 생화학 무기 등 WMD를 언급한 것 또한 돋보인다. 그 역시 볼턴 보좌관 입장과 일치한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볼턴 보좌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 탁에 내놨다고 말한 빅딜문서의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케 해준다. 특히 북 리용호 외무상이 미국이 제기했다는 한 가지 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WMD 문제 그 중에서 특히 탄도미사일 폐기 문제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게 했던 결정적 이유다.

비건 대표의 발언은 북미협상의 원칙을 단계론에서 일괄론으로 바꾼 것이며 북이 폐기할 내용을 핵에서 ICBM WMD로 더 확장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이 언급했던 빅딜 문서라는 말과 연계해 일괄타결식 빅딜론으로 명명할 수 있다.

비건 대표의 일괄타결식 빅딜론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북핵 능력이 낮았던 이전 시기 때 미국의 대북협상전략이 그 일괄타결식 빅딜론이었다. 그런 점에서 비건 대표의 입장을 두고 북미협상의 시계를 6.12북미정상회담 직전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라는 규정은 틀리다. 북미대결전 시계를 핵무력 완성하기 전 즉, 북의 핵 개발 시기 때로 완전 되돌려 놓았다고 하는 것이 옳다. 비건 대표의 일괄타결식 빅딜론은 북미협상구도를 북 핵.WMD 폐기와 미 대북적대정책 폐기로 짜보겠다는 것이다.

 

수세에 내몰린 미국의 생억지 혹은 발악

 

비건의 일괄타결식 빅딜론은 언뜻 보면 북미협상을 파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일괄타결식 빅딜론이 북의 핵 발전 수준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반대하려는 미국 내 반북대결주의의 본산인 군산복합체의 의도에 복무하는 논리와 똑 같이 보이는 이유다.

 

그렇지만 일괄타결식 빅딜론은 성립될 수 없는 논리다. 원리와 현실에 기반해 접근하면 금새 알 수가 있다. 비건 대표가 주장하는 북 핵.WMD 폐기와 미 대북적대정책 폐기는 서로 성격도 거치는 물리적 공정도 다르다. 북의 완전한 비핵화(FFVD) 같은 경우 무엇보다도 불가역성을 갖는다. 되돌리기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FFVD는 북이 도달한 핵 발전 수준 상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핵동결과 핵군축 공정을 거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장기적 과제인 것이다. 이와 상반되게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는 전략적 결정만 내리면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가역적인 성질을 갖는다. 단숨에 할 수 있는 것이면서 동시에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는 것이다. 북미협상이 단계적 방식을 원칙으로 채택한 것이 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다.

일괄타결식 빅딜론은 이처럼 성립이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북미협상을 파기할 수도 없다. 비건 대표의 일괄타결식 빅딜론이 북미협상을 파기할 수 없는 이유는 특히, 지금의 북미협상이 북이 미 본토를 전장터로 하는 북미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해 성립되었고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이다. 신흥핵강국이자 전략국가인 북과 세계 최고 핵강국이자 제국주의 국가 미국은 파기될 협상이었다면 애초 시작도 안했을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양 정상이 웃으며 헤어진 것이나 북이 트럼프 정부에 대한 정치적 반대파들은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뢰를 표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 미국이 어떤 태세를 취하든 상관없이 북미협상은 파기되지 않는 것이다.

북이 핵개발을 하던 시기 때의 북미협상과 핵무력 완성을 한 현 시기의 북미협상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이것이다.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최근 미국의 소리방송(VOA)’에 미국이 과거 단계적 비핵화 방식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이유로 점진적 접근법을 거부하는 것은 미국이 기회를 놓치는 것이며 이후 상황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따라서 대단히 일리가 있다.

 

비건의 일괄타결식 빅딜론은 결국 미국이 원리와 현실을 무시하고 부리는 생억지다. 북미협상을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파기시킬 수 없을 정도로 수세에 내몰린 미국이 내지르는 발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수세에 내몰린 미국의 생억지이자 발악은 볼턴 보좌관에게서도 선명하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의 생화학무기 폐기를 언급하면서 주한미군에 중요한 문제라는 말을 했었다. 생화학무기를 강조하는 차원이기는 하지만 주한미군과 연계시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주한미군이 생화학무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건 용산미군기지 특히 최근 평택미군기지에서 확인되고 있듯 공개된 상식이다. 볼턴 보좌관이 생화학무기 폐기를 요구한 것은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볼턴 보좌관이 생화학무기 폐기를 주한미군과 연계한 것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도 않은 북의 생화학무기를 주한미군에 억지로 연계시켜서는 주한미군 계속 주둔 의지를 드러내는 생억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의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을 의식해 내지르는 발악이기도 한 것이다.


승리를 예약해줄 북

 

북미 간 근본문제는 또렷하다. 미국이 바라는 것으로 핵물질과 핵시설 및 핵무기 폐기를 내용으로 하는 FFVD. 그리고 북이 실현하려는 것으로 경제 범주에서 대북제재 해제와 군사 범주에서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안보 범주에서 주한미군 철수로 표현되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다. 총체적으로는 북미연락사무소에서 대사관 설치로 이어지는 북미수교로 표현될 것들이다. 영변 핵기지 폐기를 내용으로 하는 북의 FFVD와 주한미군 철수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 구도는 전략국가 북과 세계최대 강국 미국이 확정해놓고 있는 확고한 전선이다. 누구도 부정하거나 깰 수가 없으며 바꿀 수도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후 북미대결전 전망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건의 일괄타결식 빅딜론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는 과정에서 북미가 중간 쯤에서 특정한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FFVD는 원리와 현실에 따라 당연하게도 단계를 거치게 하는 것을 서로가 확인하되 북은 미국이 요구하는 WMD 제거의 핵심 내용인 ICBM 폐기를 받아주고 미국은 이에 조응해 대북적대정책에서 핵심인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까지 포함해 일거에 폐기하는 것이 그 구체적 상이다. ‘단계적 빅딜론이라고 묘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리가 있다. 의미 또한 있다. 비건 대표가 새롭게 짜려고 하는 북의 핵.WMD 폐기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 전선을 무력화하고 마련할 수 있는 돌파구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북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에 기초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태세를 가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결부해 북의 전략적 인내로 묘사된다. 본질도 차원도 물론, 서로 다르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대북적대가 그 핵이었으며 미국에게는 북의 핵무력 완성이라는 재앙을 불러왔다. 그러나 북의 전략적 인내는 미국에게도 재앙이 아니라 승리를 차려줄 것이다. 전략국가 북의 전략적 태세 앞에서 미국은 대북적대정책에 동력을 빼는 방식으로 승리의 한 언저리에 올라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북의 승리이자 북이 미국에 차려주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라는 승리이기도 한 셈이다.

 

북미대결전이 이후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북미협상의 전망은 어떻게 열릴지 전망하기는 쉽지가 않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했듯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노정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곡절과 시련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정세가 폭발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극히 주목해야하는 정세 지점 하나가 확인되고 있다.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북이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 지, 그리고 미사일 발사 및 핵시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할 것이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세계가 긴장한 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북이 조직할 세기적 담판은 북미대결전을 조망하는 많은 전문가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듯 3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정형화된 형태로 아니면 정세를 정면에서 돌파는 하되 매우 특이하면서도 실용적이거나 창조적인 희한한 형태로 그리 머지않아 그 징후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