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연대’와 ‘새로운 길’ 그리고 협상
‘새로운 길’과 ‘사회주의 연대’ 그리고 협상
<분석과 전망> 북미대결전의 새로운 양상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신속히 재건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5일 주장한 내용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인 2일 촬영한 상업 위성사진을 그 근거로 삼은 것이었다. 움직임이 수직 엔진시험대와 발사대의 궤도식 로켓 이동 구조물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으며 닫혀 있던 연결타워의 덮개도 열려 발사대가 보인다고 했다. 국정원도 비슷한 판단을 내놨다. 철거 시설 가운데 일부가 복구되고 있으며 지붕과 문짝이 달리고 있다고 한 것이다.
북이 올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했다. 미국이 협상에 진지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겁박을 한 것이다. 북이 말하는 새로운 길은 핵전력 강화를 의미한다.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핵전력 강화는 핵보유국이 벌이는 일상활동인 것이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핵강국들의 핵활동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동창리 시험장의 완전한 해체와 파괴를 검증하기 위해 국제전문가를 초청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대북제재 해제 등 미국이 협상에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은 11개의 유엔제재 중에 5건이라도 부분 해제해달라는 북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다.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이 동창리 발사장을 통해 새로운 길인 핵보유국의 핵전력 강화로 나아가는 것은 이상스러운 것이 전혀 아니다.
협상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된다면 북은 부득불, 동창리 발사장에서 인공위성 발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의 인공위성 발사는 우주공간에 대한 평화적 이용으로 경제적 범주의 활동이자 권리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거액의 돈을 주고 인공위성 발사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웃으며 헤어졌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전 통지는 할 것이다. 단순히 예를 갖추는 것은 아니다. 양해를 구하는 것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공정일 것이다.
동창리 발사장에서 솟구친 인공위성이 날아갈 물리적 장소는 우주 창공이다. 하지만 북이 언급한 ‘새로운 길’의 한 형태인 만큼 정치적 장소는 다를 것이다.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가로막는 미국 내 대결주의 세력 제국주의 세력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선명하게 확인시켜주었다. ‘코언 청문회’ 기획자들인 군산복합체권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직 변호사인 코언이 반트럼프전선의 최일선에 서게 된 것은 군산복합체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정치세력들이 코언에게 이후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보장해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언 청문회 날짜를 2차 북미정상회담 날짜에 의도적으로 맞추어낸 민주당의 탁월한 실력은 두고 두고 회자될 것이다. 군사복합체와 유착이 깊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군산복합체와 민주당의 유착 정도는 공화당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 전쟁이 공화당 집권기 때 보다 민주당 집권기 때 많이 일어난 게 그 때문이다. 미 주류 언론 역시 군산복합체와 깊숙이 유착돼있는 집단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줄기차게 각을 세우는 워싱턴 포스트 지를 비롯해 부시정권 시절 이라크 공습을 생중계까지 했던 CNN 등이 대표적이다. 미 주류 언론들은 북이 주도한 2차 북미정상회담은 가십거리로 제쳐 구석으로 몰고 민주당이 주도한 코언 청문회는 넓고 큰 자리에 대서특필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솟구쳐 오른 인공위성은 우주 창공에 도달하기 직전 미 대륙으로 먼저 날아가 군산복합체 그리고 그 군산복합체에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있는 민주당을 비롯한 주류정치세력과 주류언론의 심장을 관통하게 될 것이다.
북의 '새로운 길'은 이처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가로막는 미국 내 대결주의 세력들을 과녁으로 삼는 위력한 타격이다.
북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가로막는 미국 내 대결주의 세력들을 무력화할 수 있는 방도를 ‘새로운 길’ 말고도 더 갖고 있다. 사회주의 연대 강화다. 반제평화전략으로 불리워지기도 한다. 전략국가에 기반해 구사하고 있는 세계전략이다. 1차 북미정상회담을 전후 해 북중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이나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베트남 순방사업을 함께 진행한 것 등이 그 구체들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후 시진핑 중국 주석을 평양으로 초청할 것이며 이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북러정상회담도 갖게 될 것이다.
북의 사회주의 연대 강화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가로막으려는 미국 내 제국주의 세력들의 온갖 기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외부적 동력이라고 할 수가 있다. 북의 사회주의 연대 강화는 물론, 종국적으로는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에서 보통국가로 전환시키는 동력으로서 위상을 갖는다.
북은 이렇듯 미 제국주의 세력들의 반발을 무력화기 위해 내부동력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과 외부동력으로 사회주의 연대 강화에 집중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북이 이후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에서 미국 내 제국주의 세력들로부터 나오는 낡은 패권적 발상을 더 이상은 허용하지도 용납하지도 않을 것임을 시사해준다.
북은 결국, 이후 북미대결전을 '새로운 길’을 열어두고 사회주의 연대를 강화하는 가운데 대화와 협상으로 끌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세워질 것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이정표다. 새로운 양상이다. 핵무력을 완성한 핵보유국이자 전략국가이기에 취할만한 전술적 태세다.
일본에 있는 조선신보가 5일 "현재의 조미 협상은 수뇌분들 사이에 맺어진 신뢰에 기초하고 있다"며 "50년대의 정전 담판은 약 2년 간 지속되었으나 수뇌 분들의 비상한 결단이 내려진다면 평화 담판의 조속한 결속은 가능하다"고 진단하는 기사를 올렸다. 매우 과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