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국에 새로운 무기로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는 것인가?
<분석과 전망> 새로운 길 그리고 새로운 무기와 새로운 셈법, 정세의 그 예술적 운용들
최선희 북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미국에 9월 하순에 만나자고 했다. 북미 거래에서 낡은 각본은 버리고 새로운 셈법을 갖고 나오라면서다. 대결정세를 대화정세로 되돌리는 공세적 조치다.
대결로 일관했던 미국
6.12북미공동성명이 발표되고 난 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곡절도 많았다.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지만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대화의 전환적 국면이 만들어지는 듯싶었다. “수주 내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다”는 말이 돌았다. 그렇지만 진전은 없었다.
북미대화에 왜 진전이 없는지는 거의 상식이다.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갖고 있는 입장과 취하고 있는 태세를 보면 알 수가 있다. 미국은 대화를 말로만 강조할 뿐 실천적으로는 진력하지 않았다. 예컨대, 북이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및 핵시험 중단 그리고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등 전략적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그에 합당할 만한 단 한 가지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있다면 정치적 극언을 하지 않는 것 정도였다.
대북제재에 대해 정상적이라면 해제를 했어야했고 정치지형상 당장 해제할 수 없었다면 약화라도 해야했었다. 그조차 만만치가 않았다면 그 수준에서 유지라도 해야 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제제에 대해 해제도 약화도 그리고 유지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강화시켰다. 미국은 아울러 대북제재 강화로는 부족하다는 듯 한미연합훈련까지도 계속해 쉼 없이 벌였다. 이름을 고치고 규모는 축소했지만 내용은 전혀 바꾸지 않았다. 치명적이었다. 지난 8월 벌였던 한미연합지휘소훈련도 북을 점령하는 훈련이었다.
미국의 입장과 태세는 대화를 안한 것이 아니고 대결과 대화 사이의 상황 관리를 한 것도 아니고 이처럼, 명백히 대결로 일관한 것이었다.
미국에 ‘새로운 길’을 경고하고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북
미국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약속해놓고도 대결을 고수하는 것에 북이 가만 있을 나라는 아니다. 미국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올 1월 1일 신년사에서였다. 강력한 경고였다. 그리고 4월 시정연설을 통해서는 그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정해주었다. 전략적 조치였다. 북은 이어 그 전략적 조치의 실현을 위해 당면 조치 몇 가지도 순차적이고 체계적으로 취했다.
새로운 주체 무기 개발 사업이 그 첫 자리였다. 주한미군의 계속되는 한미연합훈련과 문재인 정부의 천문학적인 미 전략무기 도입을 그 명분과 계기로 삼았다. 군사안보적으로 주한미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이었으며 주한미군기지를 초토화하는 것이었다. 한미동맹을 치명적으로 타격해 균열시키는 것이 북의 새로운 주체 무기 개발 사업이 갖는 정치안보적 의미였던 것이다. 올해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정세구성력 중 하나가 되는 이유다.
북은 다른 한편으로 북미협상 책임자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을 ‘원 타켓’으로 삼아 높은 수준의 정치타격을 가했다. ‘훼방꾼’, ‘야심가’ 라는 말을 동원하는 등 공세치고는 무자비했다. 권정근 외무성 북미국장에서 최선희 부상 그리고 리용호 외무상까지 나서 집요하게 공격을 해대는 무차별적인 공세이기도 했다. 심각하다. 북 정치공세의 또 다른 과녁이었던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이 11일 해임된 것과 결부해보면 결코, 단순하게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대결에 붙박혀 있는 미국에 대한 북의 압박과 공세는 이 말고도 많다.
매우 흥미로운 것으로 북이 지난 6일, 새로운 주체 무기 개발 사업을 지휘했던 박정천 포병국장을 총참모장에 앉힌 것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가 있다. 파격인사였다. 한미동맹을 집중적으로 겨냥.타격했던 인사를 군서열 2위로까지 올렸다는 것은 정세 분석에서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북이 평상시 때 미국에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격적'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주체 무기 개발사업에 결부된 또 다른 형태의 대미압박이다. 사실, 새로운 주체 무기 개발사업을 통한 대미압박을 총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특히 돋보이는 것이 그 사업을 시간적으로 북미대화 제의 앞에다 배치했다는 점이다. 우연일 리가 없다. 고도의 대미압박이다.
이와 비슷한 양태의 대미압박은 또 있다. 10일 10번째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쏜 게 그것이다. 또 다시 내륙을 관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 돋보였지만 그 보다 더 돋보인 것은 그 사업을 시간적으로 대화제의 7시간 뒤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북이 새로운 주체 무기 개발사업 관련된 것들을 대화 제의 앞과 뒤에 연속적으로 배치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단순한 게 아니다. 단언컨대, 계획된 전술 운용일 것이다. 이는 현 시기 북미대화에서 북이 체제 안전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이 공식적으로 대북제재 해제에 더 이상 연연해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연계를 시키면 그 중요성은 더욱 또렷해진다.
이 모든 것들에서 확인되는 것이 있다. 북이 정세를 치밀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특히 예술적으로 운용한다는 점이다. 일부 정세전문가들이 북의 정세운용에 대해 감탄스러워하는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북의 정세주도력에 대해 정치수사가 아니며 허장성세는 더더욱 아니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셈법은 대북제제 해제 및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평화협정
최선희 부상의 대화제의는 많은 것들을 질서정연하게 만들어놓고 있다. 관건은 미국이 북미대화에 새로운 셈법을 갖고 임하는가 그렇지 않는가에 있다.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 낡은 셈법의 대명사인 볼턴의 해임이 갖는 의미다. 새로운 셈법이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북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및 핵시험 중단 그리고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를 한 것은 핵보유 전략국가 북이 현 정세 하에서 새로운 북미관계수립을 위해 내릴 수 있는 최고의 핵동결 조치다. 북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영변핵기지 폐쇄 용의까지 밝혔었다. 영변핵기지가 북핵의 심장이라는 점에서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정부에 대해 베풀고 있는 더할 수 없이 통큰 배려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제제에서 부분적인 해제조차도 결단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선 북에 영변+알파 더 나아가 대량살상무기 폐기까지 요구를 했었다. 완벽한 무리였었다. 셈법을 완전 잘못 세운 탓에 빚어진 치명적 오류였다. 그런 점에서 하노이 회담은 미국이 낡은 각본을 쓰면 북미거래가 막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보여준 예고탄 같은것이었다.
미국이 해야할 것은 명료해진다. 대북제제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다.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이다. 복잡할 것이 전혀 없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해 미국이 현 정세에서 당위적으로 취해야하고 또한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인 것들이다.
미국이 이를 위해 선차적으로 해야할 것은 북이 도달한 핵.미사일 발전의 수준과 특히 전략국가로서의 지위 그리고 이로 인해 재구성되기 시작하고 있는 동북아의 정치지형을 제대로 인식하는 일이다. 그리고는 결정적으로 북을 핵보유 전략국가로 인정하는 가운데 북이 익히 공개적으로 만천하에 제시한 핵동결 조치에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로 조응하면 된다. 그것이 미국이 가져야할 새로운 셈법이다. 미국이 올 가을, 원리와 현실에 맞는 새로운 셈법을 갖고 나오게 된다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전돼 내년 봄이면 활짝 피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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