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

[시] 목련 전설

전선에서 2024. 4. 29. 19:20

목련 전설

권말선

만세의 그날 아침
삼거리는 어느새 흰옷 입은 사람들
상기된 목소리로 왁자하고
마당을 나서다 말고 
가야 한다, 너희를 위해서도 꼭… 
뒤돌아보며 입술 깨무셨지
버선목마저 새하얗던
어머니는

만세의 그날 이후
시내까지 내달렸던 사람들
사방에서 날뛰는 제국의 총탄에
더러 숨고 더러는 후륵 쓰러질 때
지척에 두고 마을 초입에서 그만
다리만 건너면 바로 삼거리인데 그만
어머니도

만세의 그날 지나 먼 먼 날
잊음을 잊은 이들은 하나 둘
풀 꽃 나무로 화하시어
저기 다리 밖 마을 초입엔
찔레 조팝 망초 흰옷 입은 그 님들이
여적지 만세만세 팔 흔드시고
학교와 정류장 사이 좁은 길가엔
들고나는 버스 손님 유심히 살피며
목련 셋이 나란히 마중 나와 서 있지
해 지기 전 오리라 하셨던
어머니니

만세가 온 땅에 번지던
삼사월 그 무렵이면
그리움은 더욱 깊이 번져
점점 높아지는 발돋움
점점 짙어지는 향으로
그날 어머니 옷자락 같은
하늘땅 흔들던 만세 같은
송이송이 하아얀 송이
화르륵 피워내지
손짓하지 부르지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