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

[시] 멸치, 푸르다

전선에서 2023. 4. 8. 16:58

멸치, 푸르다

권말선

깎아놓은 손톱 같은
하얗고 자잘한
멸치떼
접시에 소복
담고 보니

눈이
눈들이 
파아랗다

바다에서 떼어 낸
물기 잃은 마른 몸
눈망울만 파랗게
젖어 있다

바다에서 건져질 때
숨 쉴 수 없어
두 눈에 후닥 머금고는
나와 눈 마주친 순간
일제히 쏴- 쏟아낸
짠물

멸치 눈물에 빠진 나는
파도에 휩쓸리다
바다에 잠겨 들다
숨 쉴 수 없어
그만 두 눈을 후닥 감았다

제 작은 몸 다시 저 너른 바다에
찰박이고픈
유유히 흐르고픈
뻐끔거리고픈
그리움
몸부림
울음으로

푸르게 파-랗게
아찔하게 환장하게

멸치
눈이

(2022. 0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