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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으로

by 전선에서 2018. 9. 4.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으로

<분석과전망> 북미교착의 출로 그리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기본 공정

 

 

문재인 특사단의 방북, 트럼프 준특사라는 말이 돌 정도로 중요한 행보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언뜻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6.12북미정상회담장에서 약속한 종전선언을 이행하지 않아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세를 제대로 보면 그렇듯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종전선언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하는 이야기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지난 달 31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전쟁은 끝난 지 수십 년이 됐다면서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관련 없이 별개로 진행되어야한다고 했다. 아울러 종전 선언이 채택되면 주한미군의 법적 정당성 등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담당 조정관 역시 미국은 북이 당장에는 비핵화에 응하지 않을 것을 인정하고 종전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 약속을 왜, 이행하지 못하는 것일까?

 

북미대결 정세구도를 왜곡해보려는 미국 내 반북진영

 

미국 내 반북진영인 미 주류세력들은 현 시기 북미대결 정세 구도를 북의 핵 리스트 제출미국의 종전선언 참여대결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스티븐 멀 미 국무부 정무차관 대행이 지난 719일 방미한 한국 5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폼페이오 장관이 793차 방북에서 핵탄두 시설 리스트 작성과 타임 테이블 제출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요구엔 답을 하지 않은 채 종전선언을 먼저 밟아나가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고 했다. 반북적인 미 주류정치세력들이 핵 리스트종전선언구도를 성립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반북적인 주류정치인을 기본으로 반북적인 전직 관료들과 반북적인 전문가들을 대대적으로 동원했다. 그리고는 반북적 주류언론들과 연합해 체계적인 언론플레이에 돌입한 것이다.

 

핵 리스트종전선언대결구도는 생억지이자 허상

 

미국의 종전선언 참여와 북의 핵 리스트 제출은 원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서로 조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북미문제에서 종전선언은 비교적 간단한 문제다. 6.12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흔쾌히 합의했던 이유다. 6.12북미공동성명 서문에 있는 상호 신뢰구축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동한다는 대목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상호 신뢰 구축의 한 범주다. 그리고 6.12북미공동성명 2항이 규정하고 있듯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서 첫 공정이다.

북의 핵 리스트 제출문제는 미국의 종전선언 참여문제와는 다른 범주의 문제다. 북핵이 도달한 핵 발전 수준에서 보면 핵 리스트 제출은 북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북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항복한 처지라면 물론, 당장 해야되는 일이다. 북의 핵 리스트 제출은 핵보유국인 북이 비핵화를 본격화하는 데에서 북이 능동적으로 취하게 될 전략 공정이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맞물려 이후 예컨대, 북미수교와 연동해 이루어질 성질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핵 리스트종전선언은 이처럼 구도 자체가 애초, 성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핵 리스트종전선언대결구도는 반북적인 미 주류진영이 현 시기 북미대결전 정세를 왜곡해 만들어낸 생억지인 셈이다. 정확히는 허상이다.

그 허상을 반북적인 미 주류진영이 괜히 만든 게 아니다. 또렷한 목적이 있어서 핵 리스트종전선언대결구도 성립에 사활적으로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약화시키기 위해 주구장창 공격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행보를 어떻게 해서든 방해하고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것으로 북을 비판할 필요 또한 있었다. 종국적으로 북이 주도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구상을 파탄내려는 것이 미국 내 반북진영이 핵 리스트종전선언구도에 설정한 목적이었다.

이것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북미 협상을 교착에 빠뜨리게 한 결정적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6.12북미공동성명에 적시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미국 내 반 트럼프 진영의 공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결국, 반북적인 미 주류진영의 반트럼프 공세, 반문재인 공세 그리고 북에 대한 대결주의적 관점이 결정적 원인이다.

 

핵심은 평화협정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미국 내에서 평화협정 문제가 비중 있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의 핵 신고와 같은 큰 성과를 이뤄낸다면 미국 측에서도 대가를 제공해야만 한다며 평화협정이나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주어질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대북강경론자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과 주한미군의 재래식 무기 감축 등이 이뤄져야 하고 이에 따라 중국 역시 훈련을 중단하고 감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 중에서 미 군사전문가 대니얼 데이비스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DP) 선임연구원의 주장이 돋보인다. 25일 의회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비핵화만큼 큰 것을 원한다면 기꺼이 뭔가 큰 것을 줘야 한다""평화협정으로 가는 것이 좋은 첫걸음"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평화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미국은 아직도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느낀다

김영철 북 노동당 부위원장이 최근 폼페오 장관에게 보냈다는 비밀 편지의 한 내용이다. CNN8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 때문에 북미협상 과정이 진전될 수 없었다"면서 "만약 타협이 이뤄지지 못하고 초기 협상이 무너지면, 평양은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평화협정은 6.12북미공동성명에 정확히 접근하고 북의 핵 발전 수준을 인정하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을 견지한다면 현시기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입장이다.

 

9월 남북관계 그리고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행보를 주목하라

 

주목받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신임 대북정책 특별대표


현 시기 북미대결전은 평화협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팽팽한 싸움이다. 싸움은 이후에도 지난하게 진행될 것이다. 싸움의 성패는 트럼프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사업까지도 방해하는 것을 통해 종국적으로는 북이 주도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파탄내려는 미국 내 반북진영을 어떻게 약화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더 나아가 북의 몫 또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의를 갖는다.

곡절이 여전히 반복되기는 할 것이지만 정세가 확정해주고 있듯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은 누구라고 거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핵문제가 북미협상을 당장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결정적 동력이 나오는 데가 다름 아니라 북의 핵무력 완성이다.

 

구체적인 답은 이미 마련돼 있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종전선언을 빠른 시일 내로 이행하면 된다. 9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하는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정부가 미국 내의 정치지형 때문에 어려워하는 종전선언 문제를 문재인정부가 주도적으로 담당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북의 전략적 판단이 가미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다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온 뒤 곧바로 평화협정 협상을 시작하면 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롭게 주목해 볼만한 인사가 스티븐 비건(55) 미 국무부 신임 대북정책 특별대표다. 비건 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CEO 출신이다. 최근까지 자동차회사 포드의 부회장으로 재임했다. 2008년 대선 때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외교·안보정책을 맡았던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 외교·안보전문가다. 지난 3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물러난 뒤 후임자로 거론된 적이 있을 정도로 실력자다. 전문가들이 그를 주목하는 건 그가 2007년 북핵 관련 보고서에서 "핵확산은 불가역적이며, 핵 군축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미국도 핵확산 시대를 운영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는 점이다. 그는 정세현실을 정확히 받아들이는 현실주의자이며 그 현실 속에서 따낼 수 있는 성과를 중시 여기는 실용주의자인 것이다.

비건 대표는 북의 9.9절 행사 이후 평양이나 판문점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전 정지작업 차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 방문도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는 비건 대표가 김영철 부위원장과 협상을 벌이게 된다면 그 주요내용이 평화협정일 것은 필연이다. 그 보다 더 현실적이고 중요한 다른 것은 없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이처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협상의 출로이다. 더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를 추동하는 동력으로 작동될 것이며 종국적으로는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에서 요구되는 기본 공정이다. 다른 방법도 다른 길도 없다. 현 시기 북미대결전은 종전선언에서 평화협정으로 가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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